By jeje | June 24, 2018
EP.02 나에게 희망을 주는 그들에게 치얼-쓰!
안녕하세요오.
어쩌다보니 근 한 달 만에 돌아온 원양어선 잡캐 제제입니다! :3
첫 편을 스르륵 몰래 올려 두었는데,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 시리즈의 정체성은 잡캐의 시시껄렁한 일상이니까요!
저는 꿋꿋하게(?) 두 번째 편으로 돌아왔습니다ㅋㅋ
이번에 이야기 할 썰의 주제는 "나에게 희망을 주는 그들에게 치얼-쓰!"
입니다.
힘들 때 생각나는 사람이 가족이 아닌 사람 모두들 푸쳐핸썹!!
팀원들에게 “힘들 땐 누가 생각나?” 라고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가족이나 친구” 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나 저는 힘들 때 가족이 잘 생각나지 않아요.
힘든것도 잘 얘기하지 않는 편이라고 해야하나.
대신 저는 힘들 때 저를 위로해주는 것 같은, 힘을 나게 해주는 영화를 봅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는 대사를 달달 외울 정도로 돌려보곤 하는데, 힘들 때는 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 영화를 찾아 봅니다.
- 첫째, 주인공이 겁나 개고생하는 영화
- 둘째, 주인공이 처한 환경이 겁나 척박한 영화
-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겁나 열심히 사는 영화
- 넷째,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딩이 꿈도 희망도 없는 영화, 혹은 고생을 보상받고 행복하게 끝나는 영화
- 마지막, 열린 결말의 영화는 제외, 인간극장, 다큐같은거 아니고 영화여야함
그렇습니다.
저는 저보다 훨씬 고통받는 인간군상을 보며 “아 나는 훨씬 나은 상황이니까 힘내서 다시 해보자” 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인간극장이나 다큐멘터리를 제외하는 이유는, 출연하는 분들이 “리얼리티를 살린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 “진짜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 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정말로 고통받는 분들을 보면서 “내 삶은 훨씬 나아”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진 않거든요.
아무튼, 대부분의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은 거대한 위기를 맞이하곤 합니다. 물론 현실의 일상도 매우 스펙타클 할테지만, 거의 모든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이 겪는 고생에 비하면 제가 겪는 현실은 굉장히 평이할수도 있죠.(당장 <어벤져스> 처럼 인류 절반을 뭉개서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생명체 절반을 뭉개버리려는 빌런은 없잖아요?ㅋㅋ)
사실 어떤 영화를 가져다 놔도 그럴겁니다. 하지만 똑같은 영화를 감상해도 열이면 열 재미나 감동, 위로를 느끼는 미묘한 디테일이 다르죠.
아래에서 언급하는 영화들은 제가 힘들 때 30번에서 50번정도 넘게 돌려본 영화들 중 TOP3를 꼽아본 것 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들이니, 여러분들도 각자 “보면 힘이되고 위로가 되는” 영화를 꼽아보세요 :)
댓글로 추천해주시면 한 번 호로록 찾아보겠습니다ㅋㅋ
그럼, 첫 판은 좀비영화로 시작 해 보겠습니다!ㅋㅋ
스포일러 주의
-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 < 새벽의 저주 > 안나
정말 많은 좀비영화들이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좀비영화 중에서 최고로 꼽는 <새벽의 저주> 입니다.
근데 저는 이 영화를 힘들 때 봅니다.
정확히는 “아 진심 노미래” 같은 생각이 들 때 마다 찾아봅니다.
왜냐하면, 영화가 진심 노미래거든요… ㅇ<-<
일단 트레일러를 호로록 보고 가시죠.
새벽의 저주(2004) 트레일러
이 영화의 감독님은 “쓰뽜르-따아!!” 로 유명한 <300>의 “잭 스나이더jack snider
” 입니다. 무려 이 영화가 데뷔작이예요. 진짜 엄청나지 않나요 이런 수작 좀비영화가 데뷔작이라니.(그리고 각본가가 무려 <가오갤> 감독님ㅋㅋ) 여하간, <새벽의 저주> 에는 느릿하고 절뚝절뚝 걸어다니지만 뭉치면 강해지는 클래식한 좀비가 아닌, 엄청난 스피드로 “뜀박질” 하는 좀비가 나옵니다. 좀비가 느릿하기만 해도 훨씬 숨통이 트일 것 같은데, 정말 육상선수마냥 전력질주 하는 좀비떼들을 보고 있으면 숨이 콱콱 막힙니다ㅋㅋ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좀비영화임에도 참 다양한 군상의 인물들이 나온다는 겁니다. 그리고 좀비떼들이 전력질주 하는 만큼 등장인물들이 더 악착같이 살아남는 느낌이 들고, 뭐랄까… 생존 장소가 상당히 생활밀착형(?) 장소입니다. 무려 대형 쇼핑몰이거든요. 그래서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집니다.
이 영화를 힘들 때 마다 찾아보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는 엔딩입니다. <월드워Z>에도 똑같이 뜀박질 하는 좀비가 나오고 <나는 전설이다>에도 건물을 점프하는 추진력을 갖춘 좀비(뱀파이어에 더 가깝지만)가 나오고 심지어 <레지던트 이블> 에서는 엄브렐라 사에 의해 변이된 답도없는 괴물들까지 나옵니다만, <월드워Z>에는 병원균을 맞고 홍해를 가로지르는 모세처럼 좀비떼를 가로지르는 브래드피트가 있고 <나는 전설이다>에서는 결국에 백신을 개발해 건네주는 윌 스미스가 있고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에는 천하무적 밀라 요보비치가 있죠.
네. 새벽의 저주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좀비떼들을 겨우겨우 피해 요트를 타고 섬으로 가면서 영화는 나름대로의 도피처를 찾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듯 싶었으나.
엔딩로고가 올라가며 나오는 쿠키영상에서 섬 또한 좀비의 소굴인 상황이 나옵니다.
생존자들은 필사적으로 다시 요트로 올라타려고 하는데, 글쎄요. 노답입니다.
문제의 쿠키영상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정말 주인공들이 갖은 개고생을 하면서 꾸역꾸역 탈출하여 요트를 타는 엔딩에 크게 안도했어요. 그런데 엔딩 크레딧에서 나오는 영상을 보고 “아 진짜 불쌍해 이를 어째ㅠㅠ”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안타까워요. 그렇게 좀비를 피해서 온 곳도 좀비가 앞마당 다 먹은 곳이라니ㅠ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이 영화를 다 보고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 그래도 쟤들처럼 꿈도 희망도 없진 않잖아 ㅇㅇ 좋아 괜찮아 할 수 있어!”
개고생 끝에 최악의 엔딩을 보여주는 <새벽의 저주>를 보고나면 현실이 한결 아름다워 보입니다.
그렇고 말고요!ㅎㅎ
2.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 의 미란다
<새벽의 저주>를 노미래와 대비되는 아름다운(?) 현실…(…)을 자각하려고 본다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는 depress되고 뭔가를 할 기운이 없을 때 자주 돌려봅니다.
“런웨이”의 완벽주의자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와 저널리스트가 되고싶은데 받아주는 곳이 ‘무려’ 런웨이밖에 없어 미란다의 비서로 취직한 앤디(앤 해서웨이)의 이야기입니다. 결국에 앤디는 런웨이를 떠나 기자의 꿈을 이루면서 영화가 훈훈하게 마무리 되죠. 많은 사람들이 앤디의 옷이 슉슉 바뀌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곤 합니다.
바로 이 장면…
그리고 나이젤(스탠리 투치)의 팩트폭행(…) 씬도 꽤 큰 자극이 된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나이젤의 팩트폭행
하지만 제가 힘들 때 힘을 얻는 인물은 다름아닌 ‘악마같은’ 편집장 미란다 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정말 자기 일을 열심히 해요. 나이젤은 편집장 미란다에게 유일하게 “밥값을 하는 직원” 이라는 말을 듣는 인물이고, 앤디의 선임 비서인 에밀리도 “I love my job, I love my job, I love my job”을 되뇌이며 일하죠. 인물들이 좀 전반적으로 정나미 떨어지는 행동들을 많이 보이긴 하지만, 일 하나는 열심히 칼같이 하는 사람들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뭐랄까, 전염성이 있다고 해야하나, 등장인물들의 에너지가 전달되는 느낌입니다.
아래의 첨부한 클립은 미란다의 프로페셔널함,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인사이트, 자부심, 에너지와 카리스마를 엿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제가 몇번이고 돌려보는 주요 장면이기도 해요.
This… Stuff?
그러고보니 <금발이 너무해>의 주인공 우즈(리즈 위더스푼)이 1편에서 이를 갈고 공부하는 장면도 많이 돌려봅니다.
다 조져주겠어!!!(그리고 파워 공부)
이 장면 뿐 아니라, 우즈라는 캐릭터가 주는 밝은 에너지가 힘이 많이 되더라고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금발이 너무해> 모두 지극히 상업적인 영화라고들 합니다만, 여러가지 메시지와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일단 각설하고, 일 하기 싫을 때 공부하기 싫을 때 찾아보면 뭔가 다시 모에모에하게 어느정도 의지를 불태울 수 있게 해주는 영화라서 참 좋아합니다.
3. < 마션 > 와트니
사실 이 주저리를 쓰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단연 손에 꼽는 최애캐 와트니가 나오는 영화!!
본격 삼시세끼 화성편, 화성판 캐스트어웨이,
다 보고나면 감자가 먹고싶어지는 영화, 마션입니다.(꺄륵)
트레일러를 꼭 넣어야겠다 왜냐면 와트니 너무 좋으니까
2013년 <그래비티>, 2014년 <인터스텔라>, 2015년 <마션> 으로 이어지는 근래 빅3 우주영화 중에서 가장 아끼고 좋아하고 끊임없이 돌려봅니다.
<그래비티>도 엄청 좋아해서 몇번이고 돌려봤습니다만, 마션보다는 덜 봤으므로(…) 마션 이야기를 좀 해봅니다.
책은 6번쯤 읽었고, 영화는 개봉당시 영화관에서만 5번을 가서 봤습니다. 재개봉 하면 또 가서 볼텐데. 재개봉 계획은 없나…
아무튼, 전반적인 스토리 플롯은 매우 비현실적이지만 와트니가 고난을 헤쳐나가는 과정은 엄청 현실적인 것은 물론이고 매우 섬세하고 프로페셔널한데다 무려 과학적입니다.
일단 와트니 당면한 문제는 무려 탈지구급
이죠. 우주급입니다. 그런데 와트니는 지구의 방식
으로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합니다. 인피니티 스톤
같은 우주의 방식(…)이 아니예요.
처음 서점에서 소설을 집었을 때 그 소설을 사게 만들었던 강렬한 첫 문장이 기억납니다.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원작은 이렇습니다.
I’m pretty much fucked.
That’s my considered opinion.
Fucked.
새삼 번역 기가막히지 않습니까.
너무 강렬한 첫 문장인지라, 냉큼 사서 집에 갔고 그 날 밤새서 읽었습니다.
그러고나니 영화 개봉을 한다네요? 무려 감독이 리들리 스콧……
일단 리들리 스콧 영감님이라고 하면 <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 <글래디 에이터>, <한니발>, <블랙 호크 다운>, <아메리칸 갱스터>, <프로메테우스> 등 영화사에 굵직한 작품들을 줄줄이 남긴 대단한 감독님입니다. 개인적으론 스탠리 큐브릭 감독님 덕질 한 만큼 리들리 스콧 감독님 덕질도 했던 전적이 있습니다ㅎㅎ… 근데 <마션>을 찍으신다네…. 헐, 봐야지 그럼…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쓰다보니 저의 내적 흥이 폭발하여 이 좋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자꾸 글이 산만해지는데, 뭔가 공대생의 덕심을 자극하는 여러가지 우주우주 과학과학한 장면들(…)과, 정말 주인공이 무려 지구도 아닌 화성에서 개같이 고생한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을 이용해 생존하는 멋짐 폭발 스토리, 와트니의 묘한 긍정 에너지와 질긴 생존력, 그의 프로페셔널함 등이 버무려져 여러모로 위로와 큰 자극, 그리고 덩달아 본인이 처한 현실도 아름답게 보이게 만드는 마법같은 영화라서 그렇습니다.(물로 저에게만 그렇습니다)
일단 다 보고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 지구도 아니고 화성에서 저렇게 개고생하는데 그에 비하면 나는 그래도 지구에 있잖아…? 와트니는 아무도 옆에 없는데 그래도 나는 집에 가면 나를 반겨주는 고양이가 있잖아…? 와트니는 화성이라 구글링도 못하는데 그래도 나는 모르면 구글링 할 수 있잖아…?
이렇게 내가 당면한 문제가 하찮게(ㅋㅋ)) 보이기 시작하는 마법, 그리고 왠지 다시 마주하면 뭔가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리고 때때로는 덜 외로워지죠. 화성에서의 와트니는 정말 외로워 보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에너지를 전달해줄 수 있는 캐릭터라는 것도 정말 매력적입니다. 와트니가 처한 상황은 정말 절망적인데, 그가 관객에게 주는 에너지는 마냥 절망적이지 않거든요.
그리고 왠지 마션을 보고 나서 다시 컴퓨터 앞에 앉으면, 노동요로 꼭 마션 OST를 듣습니다. OST중 최애 트랙은 와트니가 물을 만드는 씬에 사용된 <Making Water>
와, 마지막에 와트니가 아레스3 탐사팀에 극적으로 구출되는 씬에 사용된 <"I got him!">
입니다.
Making Water
“I got him!”
책을 안 보신 분들이라면, 책도 읽어보시는 걸 감히 추천드립니다. 아! 와트니는 영화보다 책에서 개고생을 더 많이 합니다.
마치며
세 영화 모두 하도 많이 봐서 대사를 줄줄 외우고 있는 영화입니다. 어쩔 때는 틀어놓고 창을 최소화 해서 노래처럼 틀어놓고 공부하기도 해요.
힘들고 일이든 공부든 잘 안될 때, 쉼터나 도피처 하나쯤은 있어야 정상적인 멘탈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것 같아요.(그런 의미에서 덕질 최고!)
힘들고 괴로운 것을 남에게 바로 털어놔버리면 본의 아니게 걱정을 사기도 하고 부정적인 기운을 나도 모르게 줄 때가 있더라구요. (저의 경우에는)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멍때리다 보면 부정적인 기운이 조금 중화됩니다. 또 이런 휴식 뒤에 문제가 잘 해결 되기도 하고, (지속적이지는 못할지언정) 스팀팩같은 급속 에너지 충전을 할 수 있기도 하고요.
제가 힘들 때 마다 저를 갖가지 방식으로 위로해주시느라, 영화 틀 때 마다 무한대로 같은 상황을 또 겪어주시는(…ㅋㅋ) 안나, 미란다, 와트니를 비롯한 많은 영화 주인공들에게 감사 할 따름입니다.ㅋㅋ
여러분, 모두 덕질로 비상구 만드시고 광명 찾으세요!
또 시시껄렁한 3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ㅇ>-<
아디옷쓰!!!! /ㅇㅂㅇ)/